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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배경, 다른 작품 - 드라마 촬영지 살펴보기

by 스마일쭈 2025. 4. 5.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 하고 눈에 익은 장소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알고 보면 전혀 다른 드라마들이 같은 촬영 장소를 공유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단순한 재활용이라기보다는, 그 장소가 지닌 고유의 분위기와 미장센 덕분에 제작진들에게 꾸준히 선택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들이 공유한 실제 촬영지를 세 곳 선정해,
어떻게 연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면이 탄생했는지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드라마 촬영지
드라마 촬영지

 

삼청동 벤치 : 도깨비 VS 스물다섯 스물하나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을 걷다 보면 조용한 길가에 놓인 작은 벤치 하나가 눈에 띕니다. 이 벤치는 많은 드라마 팬들에게 익숙한 장소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공유 분)과 지은탁(김고은 분)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던 장면의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일명 ‘도깨비 벤치’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촬영된 이 장면은 특유의 고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덕분에 극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삼청동을 찾는 연인들의 필수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벤치가 또 다른 tvN 인기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중요한 장면의 배경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극 중 나희도(김태리 분)와 백이진(남주혁 분)이 서로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같은 벤치가 활용되었지만, 계절적 배경과 연출 방식이 전혀 달라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도깨비에서는 판타지와 설렘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공간으로 연출되었다면,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운 청춘의 감정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동일한 장소가 두 드라마의 색깔에 맞게 전혀 다른 감정선을 만들어냅니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삼청공원 입구 근처)
팁: 눈이 오는 겨울날 방문하면 드라마 도깨비 의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며, 평일 오전에 가면 보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사진 촬영도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논산 선샤인 스튜디오 – <미스터 션샤인>과 <호텔 델루나>

 

충청남도 논산시에 위치한 선샤인 스튜디오는 대한제국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초반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오픈 세트장으로, 그 시대의 건축 양식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국내 유일의 공간입니다.
2018년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배경지로 사용되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고, 당시 조선 개화기의 거리, 양반가, 군사시설 등 각종 장소들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시청자들에게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극 중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미국에서 돌아와 마주한 조선이라는 공간은 인물의 내면적 갈등과 당시 시대 상황을 시각적으로 동시에 표현해내는 배경으로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복과 군복, 거리 간판, 인테리어 소품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덕분에 선샤인 스튜디오는 단순한 촬영지가 아닌, 시대극의 감정선까지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이후 2019년 방송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는 장만월(아이유 분)의 과거 회상 장면에 이 장소가 재등장하게 됩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이때는 조명과 색감, 연출 기법을 달리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어둡고 신비로운 조명 아래, 판타지적인 감성이 강조되며 미스터선샤인에서의 현실적이고 역사적인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느낌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세트장이지만, 하나는 구한말의 격변기를 다룬 묵직한 시대극으로, 다른 하나는 상처와 기억이 스며든 판타지 드라마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같은 공간이 어떤 연출과 이야기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위치: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봉황로 102
운영 정보: 일반 관람이 가능하며, 성인 기준 약 7,000원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팁: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에는 한복 체험, 사진 촬영 등도 가능하며, 특히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으니 평일 오전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북촌 한옥마을 – 〈사랑의 불시착〉과 〈구르미 그린 달빛〉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은 조선시대 전통 가옥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서울 도심 속에서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한옥이 밀집해 있는 골목들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한국적 정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해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이곳 북촌의 한옥 중 한 채가 윤세리(손예진 분)가 운영하는 한복 매장 겸 쇼룸의 외관으로 등장했습니다. 드라마 속 이 공간은 전통 한옥의 고즈넉함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세련된 사업가이자 재벌가 자녀로 설정된 윤세리의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고급 한복이 전시된 전통 공간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북촌 한옥이 단순히 전통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배경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같은 북촌의 거리와 한옥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드라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곳은 기방 거리와 같은 전통적인 생활공간으로 설정되었으며,
촬영 당시 조명을 낮추고, 전통 소품과 분장을 섬세하게 조율해 조선의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담아냈습니다.
북촌이 지닌 한옥 특유의 구조와 골목길의 깊이가 극의 배경으로 잘 어우러지면서, 시대극 특유의 서정성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공간이지만 드라마의 장르와 연출 방향에 따라 현대적이고 세련된 쇼룸으로도, 전통적인 조선 거리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촌 한옥마을은 그야말로 ‘유연한 공간’이라 불릴 만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시대적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장소로, 앞으로도 많은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입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일대
팁: 평일 오전 시간에 방문하시면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에서 한옥 골목을 감상하실 수 있으며,
일부 전통 한옥은 사전 예약 시 내부 관람도 가능하니 미리 확인 후 일정을 계획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와 감정이 담길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장면의 감정선을 살리고 캐릭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혹은 국내 여행지를 색다르게 즐기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번에 소개해드린 촬영지를 직접 방문해보시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실 거예요.

눈앞의 장소가 익숙한 장면과 연결되는 순간, 새로운 감정이 스며드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